달을 분양해 떼돈 번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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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마케팅

달을 분양해 떼돈 번 사나이

미국의 '달 대사관'이라는 회사가 30년 동안 전 세계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였습니다. 창업주인 데니스 호프 씨는 지금까지 80개국 250여만 명에게 달을 분양하여 600만 달러 이상을 벌었고 앞으로도 계속 벌어들일 전망입니다.

 

구입 절차는 간단합니다. 누구든 인터넷에 접속하여 한화 약 3만원 지불하면 1에이커의 토지를 등기해줍니다. 구매자에게는 국제 토지 소유 등기권리증과 자신 소유의 땅이 표시되어 있는 달 지도, 멤버쉽 카드 등을 발급하여 달에 대한 토지 소유권을 합벅적으로 취득하게 됩니다.

 

그 회사는 달뿐만 아니라 화성과 목성 등 태양계에 있는 다른 행성들의 땅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화성은 달보다 저렴해서 2,400평 정도 2,200원에 살수 있습니다. 구입자에게는 딱 한가지 요구 조건이 있는데, 새로운 땅에서 기존의 생명체들과 마찰 없이 지내야 합니다.

 

 

땅을 분양 받으면 달 토지 등기 권리증을 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황당한 상품을 누가 구매할까요? 구매자 명단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 브리트니 스피어스, 스티븐 스필버그, 톰 행크스, 탐 크루즈 등이 있습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굴지의 슈퍼마켓 체인의 '세이프웨이'를 비롯한 1,300여 기업도 달의 토지를 샀습니다. 세이프웨이는 2만 에이커를 사들여 고객들에게 재판매했습니다. 현재 호프의 달 대사관은 루마니아, 스웨덴,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지에도 협약을 맺은 '현지 대사'를 통해 진출한 상태입니다.

 

아무리 땅값이 싸다 해도 달의 부동산을 구매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달 토지 등기 권리증과 멤버쉽 카드 등을 보면 솔깃합니다. 여느 증서나 카드 못지않게 디자인이 세련되어 있고, 권리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입되어 있습니다.

 

구매자들의 상당수는 자신이 소유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매합니다. 누군가로부터 달 토지 등기 권리증을 받는다면 인상적인 선물로 기억되고 간직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기업들은 그 증서를 벽에 걸어놓아 바이어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토지 문서는 단지 상징적인 의미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법적 근거가 있는 부동산 소유 권리를 보장합니다. 예를 들어 언젠가 그 땅 밑에서 자원이 발굴되어 채취된다면 그 소유권이 인정되는 것입니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부동산 판매에 관해서는 두가지의 협정이 있습니다. 하나는 1967년에 체결된 '우주조약'과 1984년에 체결된 '달 협정'입니다. 먼저 '우주조약'에서는 어떤 정부도 달이나 혹성 등 천체 자원에 관해서 권리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확실히 못 박아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아니라 개인이나 기업이 권리를 주장한다면? 유엔 그리고 우주조약에 서명한 나라들은 바로 거기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음을 곧바로 눈치챌 수 있습니다. 이에 유엔은 1979년 정부 외에 개인과 기업을 포함시키도록 조약을 수정하려 애썼지만 합의를 모아내는 데 실패합니다.

 

그로부터 15년 뒤 1984년, 그 약점을 보완한 '달 협정'이 탄생합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우주, 달, 그 밖의 천체를 개발하고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그 협정에서는 개인도 권리를 주장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달의 토지를 사고파는 것은 사기 행각입니다.

 

 

그런데 이 협정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는데, 그것을 지지하는 국가가 당시 185개 유엔 가맹국 가운데 겨우 6개국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일찍부터 우주 개척에 열을 올리면서 막대한 돈과 기술을 경쟁적으로 쏟아부어온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은 당연히 서명을 거부했습니다.

 

그동안 진행해온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상업적인 이윤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데니스 호프는 바로 그 틈새를 파고들어 달을 통째로 장악합니다. 그는 1980년 11월 20일 샌프란시스코 지역 법원에서 먼저 달의 소유권을 제기했는데, 그 법적인 근거는 미국의 택지 조항이었습니다.

 

법원에서는 이 제기를 수락하면서 한 가지 단서를 붙였습니다. 다른 나라들에게 그 권리 주장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데니스 호프는 유엔, 미국, 러시아 정부 등을 상대로 그 설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부가 기관에서도 그 권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자신의 달 소유권을 미국 저작권 등록소에 올리게 됩니다.

 

※참고자료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801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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