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라는 브랜드 배경.
믹스 커피는 많은 직장인들의 고마운 업무 파트너였다. 적당한 각성 효과와 달콤 씁쓰름한 맛은 격무의 피곤함을 잊게 해 주었다. 사실 커피(coffee)라는 말의 어원은 ‘카파(kaffa)’인데, 이는 커피나무가 야생하는 에티오피아 지방의 이름이면서 ‘힘’을 뜻하는 아랍어이기도 하다.
지금은 스페셜티 커피로 대변되는 프리미엄 원두커피의 시대다. 현대사회에서 커피는 음료라는 카테고리를 초월한다. 우리 삶의 단상이며 또 다른 자화상이다. 누군가에게는 관계이고 다른 이에게는 습관이다. 지금도 교과서에 이효석 님의 ‘낙엽을 태우면서’라는 수필이 실려 있는지 모르겠다.
“낙엽을 태우면 갓 볶은 커피콩 냄새가 난다.”
당시 프리미엄 원두 캔 커피의 출시를 앞두고 동서식품과 가진 첫 미팅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담당자들의 자부심 때문이다. 브랜드에 대해서는 내가 전문가지만, 그들은 커피 전문가였다. 그 때문에 브랜드 후보 안을 평가할 때도 ‘커피 다움(coffeeness)을 느낄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커피 다움이 느껴지지 않는데?”라는 한마디면 아무리 공들인 후보 안이라 할지라도 가차 없이 내쳤다. 평생을 커피와 함께한 전문가들이 직관적으로 느끼는 커피 다움, 그 평가 결과를 반박하기는 어려웠다
T.O.P의 의미를 ‘Taste of Passion’이라고 풀었다. Taste of Passion은 후에 ‘The Original Passion for Coffee’라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로 발전했다. 주 소비자인 3040 직장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캔 커피의 존재 이유를 표현했다.
이후 프리미엄 원두 캔 커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10여 년 만에 1조 원을 넘는 시장이 되었다. 지금 이 시장의 최강자는 롯데칠성음료의 칸타타와 동서식품의 티오피다. 많은 브랜드가 이 자리를 노리고 도전 중이지만 두 브랜드를 꺾기는 쉽지 않다. 음료수 시장은 ‘브랜드 역할력’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역할력이란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브랜드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는지 수치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인터브랜드의 조사에 의하면, 럭셔리 제품의 브랜드 역할력이 가장 크고, 바로 다음이 음료수다. 이렇게 브랜드 역할력이 큰 시장에서는 획기적인 계기가 없으면 브랜드 순위는 잘 바뀌지 않는다.
카누의 브랜드 배경.
“자,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마셔보세요.”
티오피 출시 후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미팅에서 동서식품의 프로젝트 담당자가 봉지를 뜯어 알갱이를 머그잔에 담으면서 말했다. 눈썰미 없는 내게는 다른 봉지 커피와 별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시키는 대로 뜨거운 물을 붓고 한 모금 마셨다.
‘설탕과 크림을 뺀 믹스 커피 맛이겠지.’
그러나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기존 봉지 커피와는 맛이 완전히 달랐다. 커피메이커로 드립해 먹던 원두커피의 깊은 맛 그대로였다. 타 먹는 원두커피와의 커피의 브랜딩 룰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톤과 매너를 버리는 대신, 시크하고 강렬한 브랜드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크함과 강렬함, 이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생략하는 데서 시작한다. 덧붙이는 것은 자신감 결여의 결과이며, 핵심을 흐리게 할 뿐이다.
심플하고 임팩트 있는 이름, 새로운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혁신적인 이름, 다양한 맛으로 확장 가능한 이름, 그럼에도 커피 다움을 잃지 않은 이름. 이러한 기준에 따라 한국 발음으로 2음절, 영어 스펠링 다섯 개를 넘지 않는 다양한 후보 안이 제시됐다. 뭔가 과감한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했다.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카노’가 눈에 띄었다 ‘일반적인 커피가 아니다(No Ordinary Coffee)’라는 의미를 축약한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새로운 커피, New Café’를 떠올렸다. 그리고 ‘New Café’의 어순을 바꿔 ‘Café New(카페 뉴)’를 만들었고, 다시 이것을 축약해 ‘카누(KANU)’로 완성했다. 훌륭한 후보 안이 많았지만 큰 이견 없이 ‘카누’가 선택된 것은 이 이름의 음성학적 매력 덕이다.
생소한 이름이 기억에 남으려면 무성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무성음은 거칠게 들리지만, 이 거친 느낌이 없으면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또 무성음이 이름에 약간의 텐션을 주어야 쫄깃함이 생긴다. 부르는 맛이 생긴다는 뜻이다. 커피의 강한 맛을 표현하는 ‘카’에 유성음인 ‘누’가 따라붙어 부드러운 맛을 표현하는 것은, 앞선 사례인 ‘티오피’와 같은 공식이다.
커피의 브랜딩 룰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톤과 매너를 버리는 대신, 시크하고 강렬한 브랜드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크함과 강렬함, 이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생략하는 데서 시작한다. 덧붙이는 것은 자신감 결여의 결과이며, 핵심을 흐리게 할 뿐이다.
심플하고 임팩트 있는 이름, 새로운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혁신적인 이름, 다양한 맛으로 확장 가능한 이름, 그럼에도 커피다움을 잃지 않은 이름. 이러한 기준에 따라 한국 발음으로 2음절, 영어 스펠링 다섯 개를 넘지 않는 다양한 후보 안이 제시됐다. 뭔가 과감한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했다.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카노’가 눈에 띄었다 ‘일반적인 커피가 아니다(No Ordinary Coffee)’라는 의미를 축약한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새로운 커피, New Café’를 떠올렸다. 그리고 ‘New Café’의 어순을 바꿔 ‘Café New(카페 뉴)’를 만들었고, 다시 이것을 축약해 ‘카누(KANU)’로 완성했다. 훌륭한 후보 안이 많았지만 큰 이견 없이 ‘카누’가 선택된 것은 이 이름의 음성학적 매력 덕이다.
생소한 이름이 기억에 남으려면 무성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무성음은 거칠게 들리지만, 이 거친 느낌이 없으면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또 무성음이 이름에 약간의 텐션을 주어야 쫄깃함이 생긴다. 부르는 맛이 생긴다는 뜻이다. 커피의 강한 맛을 표현하는 ‘카’에 유성음인 ‘누’가 따라붙어 부드러운 맛을 표현하는 것은, 앞선 사례인 ‘티오피’와 같은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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