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주말에 마신 맥주가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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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경제경영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주말에 마신 맥주가 더 맛있다?

쇼핑 중독은 브랜드 '중독 addiction', 그리고 이보다 증상이 좀 절한 브랜드 '집착 obsession'으로 이루어져 있다. 쇼핑 중독이 아직까지는 정신질환으로 분명하게 인식되지 않지만, 그 증상은 놀랍도록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내 주변에는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 다른 커피가 아닌 꼭 스타벅스 커피를 마셔야만 하는 동료, 양키즈가 져서 며칠 동안 우울해하는 처남, 마일리 사이러스의 콘서트 티켓을 사기 위해 영하 10도의 날씨에 밤새 줄을 서는 어린 조카들처럼 많은 이들이 다양한 형태로 고통을 받고 있다.

 

브랜드 집착을 겪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으며, 이들은 심지어 '마이 브랜즈 MyBrandz'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각자의 사례를 공유하기까지 한다. 할리 데이비드슨을 무려 10대나 보유하고 있는 남성부터 다이어트 코크를 하루에 25캔이나 마시는 여성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나는 참으로 다양한 형태의 브랜드 중독 사례를 만나보았다. 그리고 쇼핑 중독과 일반적인 중독 사이에 분명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날 기업들, 또는 광고대행사들은 브랜드 중독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물론 이들은 우리의 두뇌 속으로 직접 침투할 수 없고, DNA도 바꿀 수 없다.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브랜드 기업들과 함께 일하면서 회의실, 또는 밀실에서 보고 들었던 경험에 비추어볼 때, 비록 직접적으로 중독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소비자들을 중독으로 몰아가고, 중독 증세를 더 심각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기술과 도구들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흡연자들의 갈망을 유도하기 위해 교묘하게 제작된 이미지로 광고와 포장을 도배하는 담배기업처럼 때로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무의식과 심리학적 단서를 활 요한다. 제품 자체의 중독성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경우도 있다. 가령 담배기업들은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 제품을 화학적으로 가공하고, 스낵업체들은 감자칩 한 봉지를 몽땅 비울 때까지 손을 멈출 수 없도록 특별한 공법을 개발했다.

 

또 쇼핑과 구매 해위에 중독되도록 소비자들의 두뇌를 재구성하는 특정 행동들을 자극하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쇼핑 중독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나는 필립모리스 전 임원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여기서 나는 소비자들의 취향이나 습관이 정도를 넘어 중독으로 가는 과정과 그 흐름을 가속화하려는 기업들의 전략을 살펴보고자 했다. 그는 내게 필립모리스는 이미 소비자가 브랜드 중독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모델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들려주었다. 그 모델은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일상적 단계 routine stage'로서 여기서 사람들은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단지 일상적인 습관이나 의식 ritual의 차원에서 사용한다. 가령 크레스트로 양치를 하고, 도브 비누로 샤워를 하고, 도요타 자동차를 모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제품들이 다 떨어지거 고장이 났을 때 우리는 새로 구매를 하고, 교체하고 보충한다. 이들을 우리의 일상적인 활동에 필수적인 물건들이다. 다음으로 둘째, 꿈의 단계 dream stage'에서 사람들은 새로 나온 옷이나 이어폰, 혹은 향수를 구매한다. 그들은 이러한 물건들이 생활에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 제품이 제공하는 '감성적' 신호들을 두뇌 속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구매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꿈의 단계로 넘어가는가?

 

익명을 요구한 그 임원의 설명에 따르면, 주말이나 여름휴가처럼 일상의 경계심을 늦추고 이완이 될 때 전환이 발생한다고 한다. 필수품이 아닌 물건을 사기 위해 우리는 평일에 얼마나 자주 지갑을 여는가? 아마 자주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쇼핑 모드가 아니라 업무 모드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말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업무 모드를 거추장스러운 허물처럼 벗어버리고 꿈의 단계로 훌쩍 넘어가버린다.

 

 

그 임원은 '그 순간'이 한 브랜드에 대한 실질적인 애착이 뿌리내리는 시기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시기는 이렇게 찾아온다. 일상적 단계, 즉 업무 모드가 끝나고 휴식을 취하는 동안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완되고 자유로워지면서 새로 출시된 옷이나 화장품, 술, 음식에 더욱 수용적이 된다. 그리고 새로 나온 칵테일이나 페이스 크림의 느낌, 또는 레몬 향이 나는 향초로부터 무의식적으로 느꼈던 좋은 기억과 즐거움들을 즉각적으로 떠올린다. 이후 다시 월요일이 시작되거나, 여름휴가가 끝나고 일상적 단계로 들어서서도 꿈의 단계에서 경험했던 브랜드와 제품들을 수용함으로써 그때의 좋았던 느낌을 '재활성화'하고자 한다. 이런 식으로 꿈의 단계의 일부가 일상적 단계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때 이를 떨쳐내기란 절대 쉽지 않다.

 

다시 말해서 꿈의 단계에서 특정한 습관이 시작되고 이 습관이 일상적 단계로 넘어오면, 강화가 일어나면서 영구적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는 바닷가, 스파, 야외 콘서트 등 예전에는 꿈의 단계에서만 누렸던 경험들을 일상적인 단계에서 무의식적으로 갈망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그토록 많은 음료수 브랜드들이 여름밤의 뮤직 페스티벌이나 콘서트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음료수 브랜드들은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레드불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쇼핑몰과 같은 장소에서 무료로 샘플을 나누어 준다.

 

10대 청소년 및 대학생들은 그런 지역을 돌아다니며 일상적이고 의무적인 단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일단 젊은이들이 꿈의 단계로 넘어가면, 다시 월요일이 시작되어 수업을 듣고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일상 속에서도 그들은 레드불 음료수를 마시면서 멋진 쇼핑몰을 아무런 걱정 없이 돌아다니는 느낌을 다시 떠올리고자 한다. 실제 이런 방식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브랜드에 걸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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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소비의 진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이자 『오감 브랜딩(BRAND Sense)』, 『쇼핑학(Buyology)』 등 베스트셀러 저자인 마틴 린드스트롬이 오늘날 마케터와 광고회사들이 어떻게 진실을 은폐하고 소비자들의 구매를 조장하는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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