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 자금 얼마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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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경제경영

노후 준비 자금 얼마면 될까?

수명이 길어지고 퇴직은 점점 빨라지는 세상입니다. 재무설계사나 전문기관들에 따르면, 60세 무렵 은퇴할 때 확보해두어야 할 노후자금이 적게는 6억 많게는 10억 원까지 이릅니다. 전문가들의 복잡한 분석에 기대지 않더라도 기대수명을 85세로 잡아 매달 2인 가구의 생활비 200만 원 정도에 병원비 등을 합치면 5억 원 이상이 산출됩니다.

 

대도시에서 노 부부의 생활비로 월 200만 원이면 보통 수준입니다. 병원비는 예상보다 훨씬 많이 들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몸이 힘들 때 가사도우미를 부르고, 문화생활이나 해외여행도 즐기며, 손주들의 교육비도 가끔 보탤 요량이라면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입니다.

 

40~50대에 자녀의 대학 교육과 결혼 그리고 부모의 병원비 등으로 돈이 바닥이나거나 마이너스가 되는 현실에서 그러한 거금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그런데도 그러한 기준 내지 목표는 수많은 중년들에게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그래서 엄청난 압박과 불안에 시달리면서, 젊은 시절부터 돈을 끌어 모으는 데 전력투구합니다. 보통 사람들의 처지에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도 도저히 그 돈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온갖 재테크에 너도 나도 뛰어듭니다. 노후 준비는 곧 자금 비축으로 등식화 됩니다.

 

노후 준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왜 그토록 많은 돈이 한꺼번에 필요할까요? 우선 우리는 노후에 아무런 경제활동을 할 수 없고 오로지 소비만 한다고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예비 무능력자로 규정해버립니다. 반면에 지출의 예상 목록과 부피는 자꾸만 늘어납니다.

 

 

어떤 삶을 영위하고 싶은지에 대한 그림이 분명치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불어난 씀씀이 규모를 노후에 그대로 연장하여 적용하면서 막대한 돈을 한꺼번에 마련해두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대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을 경제활동의 표준으로 생각하면 아무런 대안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몸이 아직 건강하고 일할 의욕도 있으며 인간관계도 여전히 살아있는데 왜 소비만 하고 살아야 하는가. 농촌 관광과 도농 교류를 연구하면서 다양한 현장에서 컨설팅을 해온 유상오 박사에 따르면 3천만 원으로 노후생활을 시작하는 길이 있다고 합니다.

 

일단 생활비가 많이 드는 도시를 떠나, 나이 들어서도 일할 수 있는 농촌으로 삶터를 옮겨야 합니다. 귀농과 귀촌은 많은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로망입니다. 그러나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고, 그 가운데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람은 드뭅니다. 유상오 박사가 보기에 그 원인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충분한 공부와 준비 없이 성급하게 시작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돈을 많이 벌겠다고 크게 사업을 벌이기 때문입니다.

 

시골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면, 자신의 생각과 습관 그리고 경험까지도 모두 유보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전혀 새로운 사회와 문화에 적응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어느 날 갑자기 농촌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젊을 때부터 수시로 오가면서 현지의 정서와 풍토를 익히고 인간관계도 맺어두면서 자신의 체질을 바꿔가야 합니다.

 

 

그리고 정착 이후에 하는 농사와 민박 사업 같은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취미 생활을 한다는 느낌으로 하면서 그 가운데 일부를 도시에 맺었던 인간관계를 활용해 판매하는 정도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유 박사는 조언합니다. 그렇지 않고 농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크게 일을 벌이고 돈을 버겠다고 하면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젊을 때부터 농사를 전업으로 해온 이들과 비교해서 체력이나 노하우에서 너무 뒤지고, 자신이 잘 정착해야 할 동네 주민들과 경쟁관계에 들어가 견제를 당하여 일들이 꼬이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짓되 장사가 아니라 지인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규모와 내용을 설계하라고 합니다.

 

노후에 필요한 자금은 천차만별입니다. 노년을 맞는 사람의 건강, 경험과 기술, 인맥. 학습 능력, 평소의 씀씀이, 인생에 대한 궁극적인 소망, 행복 등이 그것을 좌우합니다. 하지만 농촌이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꼭 귀농을 하지 않더라도 도시에 살면서 지속 가능한 노년의 라이프스타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잘 헤아리고 그것을 발휘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는 폭넓은 상상력과 창의성이 요구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인생관을 리모델링해야 합니다. 권세나 재력으로 타인에 꿀리지 않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삶의 보람을 찾는 즐거운 탐험에 입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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