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의 재구성' 말미에 사람들의 욕망만 이용하면 언제든지 사기 칠 수 있다는 대사가 나옵니다. 전적으로 맞는 말입니다. 사기의 특징은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인간의 심리와 욕망을 교묘히 이용해 남의 돈을 빼앗습니다. 심리 게임이라는 점에서 사기와 투자는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두 가지 행위 뒤에는 모두 인간의 탐욕과 욕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말로는 차가운 이성을 얘기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차가운 이성을 발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기꾼과 훌륭한 투자자는 모두 인간의 이런 감정적 약점을 적극 활용합니다.
사람들은 곤경에 처하면 감정적 약점을 드러냅니다. 사기꾼 중에는 부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기꾼은 없는 사람을 타겟으로 합니다. 하지만 자수성가형 부자일수록 사기에 잘 당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거친 파도를 헤치면서 재산을 축적했기 때문에 남의 판단보다 자신의 판단을 신뢰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잘 믿지 않습니다. 일례로 "여기에 투자하면 두 배를 벌 수 있습니다"라는 말보다 "은행 금리의 두 배 정도의 수익률이 가능합니다. 혹은 연 20~30% 정도의 투자수익률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더 신뢰합니다. 왜냐하면 두 배를 벌수 있는 정보라면 자신에게 권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패를 자초하는 잘못된 투자 심리 중 하나가 자세한 탐색 없이 어떤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내 돈을 투자하는 데 탐색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상은 대다수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쉽게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간단한 예로 은행에 가서 은행 직원에게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상품이 좋아요? 알아서 추천해 주세요." 이 사람은 은행 직원이 자기보다 상품을 더 많이 안다는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은행 직원 중에도 똑똑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은행들은 신상품이 나오거나 혹은 은행 입장에서 수익성이 높은 상품이 나오면 캠페인을 합니다. 문제는 이런 상품이 항상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은 아닙니다. 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험설계사의 수당은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문 용어로 '신계약비'라고 하는데, 이 말은 보험회사 입장에서 설계사 수당도 비용이라는 걸 암시합니다.
만약 당신이 보험설계사라고 한다면 수당이 높은 상품을 팔겠는가? 아니면 수당이 낮은 상품을 팔겠는가? 아마 대다수의 보험설계사는 고객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상품을 팔려고 할것입니다. 사람들의 이런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심리학 개념이 '바넘 효과Barnum effect'입니다. 19세기 말 서커스 사업가로 유명했던 바넘P.T Barnum은 "매순간마다 바보 혹은 멍청이가 생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바넘은 서커스단에서 사람들의 성격이나 특징을 알아내는 일을 했었습니다. 멍청이가 되는 주요한 특징은 자세한 탐색이나 분석 없이 어떤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바넘 효과를 처음으로 증명한 사람은 심리학자 포러 Bertram Forer 교수입니다. 포러 교수는 먼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격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테스트 결과와 상관없이 신문 점성술의 내용 중 일부를 고쳐서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그 내용을 성격 테스트 결과라고 통보했습니다. 그는 테스트 결과가 자신의 성격과 부합되는지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대부분이 자신의 성격과 잘 맞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사실 성격 진단 결과라고 나눠준 점성술 내용은 대부분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특성을 나열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이 일반적 진술을 앞뒤 구분 없이 자신만의 독특한 성격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이런 경향은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나 좋은 것 일수록 강해진다는 게 포러 교수의 분석입니다.
사람들은 바넘의 말처럼 순간적으로 바보나 멍청이가 돼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 없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정당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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